▲ 천광노 본지고문/세종인성학당장

영민아! 첫새벽 일어나 밥 먹고 학교가기 바쁘지? 학교가 오후 4시까지 공부하고 돌아오는 길에 영어 수학 학원에서 다시 또 2시간 공부하고 집에 오면 9시부터 11시까지 자습하고...

그러나 네가 태어나 사는 오늘날은 모든 것이 자동화된 첨단정보통신 아이티시대다. 참 편리한 세상 맞는데 큰 흠결은 배워야 할 게 너무 많고 경쟁이 심해 자칫하면 뒤쳐지고 도퇴 될 위험도 있어 어찌 보면 살기 좋을 세상 같지만 사실은 참 어러운 세상이기도 하다.

청소년시절에 그렇게 공부한 결과 장래는 어떨까? 불행히도 대학을 나온들 취업이라는 게 또 하늘의 별따기라, 올해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46대1이라 하니 말이다.

너희 한 반에서 공무원이 될 사람이 1명도 없고 평균 2반에서나 딱 1명만이 공무원이 된다면 너희 반 학생 전부 낙오자에 다름없는 이 슬픈 현실에서, 그러면 교사가 되면 어떠냐 하겠지만 교사의 올해 경쟁률은 그 보다 더 높으니 역시나 한 반에서 교사 될 학생도 한두 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건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할 것이다, 그러니 도대체 뭘 해먹고 살지? 인생100년 내내 취업문제로 고생하는 삶이 된다면 이를 어쩌면 좋겠니? 때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건 알 것이다. 이 말은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 즉, 현재의 직업66%가 사라진다 하지 않던?
이 말은 또 지금 생각지도 못하는 새로운 직업세상이 열린다는 말로 들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직업이 미래의 직업으로 나타날지 나도 가늠이 안 된다.

예로 할아버지가 산 세월 70년을 돌아보면, 지금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이 생겼다마는, 이게 절반 이상이나 없어진다 하던데 그 당시에는 라디오 있는 집이 드물었고 텔레비젼은 더 나중에 나온 것이고..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중심을 차지한 건 불과 30여 년 전부터다. 스마트폰이라는 신묘한 물건이 나와 이제는 컴퓨터도 머쓱해 졌다.

하나의 물건이 새로 나오면 거기 딸리는 직업들 무엇이 얼마나 생길지 누가 예측해 준비 할 턱이 없는데 바로 지금은 이런 무한 경쟁의 세월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야 할 너희들을 보면 걱정이 태산이다. 뼈 빠지게 열심히 고생은 하는데 그렇게 배우는 것들이 과연 너희들의 미래를 살 보약이 될지 모르겠단 소리다.

영어만 해도 그렇다, 영어는 꼭 배워야 할 이유가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기 위함이라 한다면 대학 나와 취업해 영어를 못하면 승진이 안 되기 때문이겠지? 국제화시대이다 보니 영어를 못하는 직장인은 뽑지도 않으니 그렇겠지? 그런데 정말 꼭 영어를 잘해야 가정이 행복해지고 직장이 탄탄해 지느냐 하면 그게 꼭 그런것 만도 아니고, 실은 수학 못하고 영어 못해서 직장에서 쫓겨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가 서툴러서, 아니면 오히려 말을 제대로 못하니까 사람이 어리하다고 쫓겨나는 게 더 많지는 않터냐? 이렇게 보면 참 한국 교육 현주소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진 건지도 갸우뚱하다.

할아버지의 친 손녀들은 셋 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알 것이다. 그런데 미국 역시도 장래와 수업이라는 문제에서 한국보다 더하면 더 했지 참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건 네가 잘 모를 것이다.

미국도 그래. 한해 대학 학자금만 6~7만 불이라는데 주로 학자금 대출을 받고 다녀 졸업과 동시에 채무자가 되는 청년이 엄청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학 4년에 대학원까지 다니다보면 거의 아르바이트 않고는 근 10억원 대의 학비를 댈 수가 없다는 게 들리는 말이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손녀들은 이제 겨우 초6, 초4, 초2... 셋 다 어린애들인데 놀라운 건 초6 손녀는 이미 중1 과정을, 초4 손녀는 이미 초6 과정 교과서를 배운다고 한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4년을 마칠 때 이미 대학 졸업장까지 받는 학생도 있어서 어떤 아이들은 대학 4년을 2년으로 마쳐 학자금을 절반이하로 줄이는 아이들도 있대.

한국에는 이런 게 없지? 오히려 평준화한다고 삭뚝 상순을 잘라 잘해도 더 잘할 필요가 없어서, 어쨌거나 대학 4년을 종내 다 다녀야 되는 것이고... 이렇게 말하려니 교육제도 개편이라든가.. 한두 가지 문제가 떠오르는 게 아니로구나.

게다가 한국의 장학금 수혜자는 전체에서 20%도 안 된다던데, 미국은 잘하면 잘할수록 장학금이 점점 많아서 전체 수혜자가 70%를 넘는다는 것은 산학(産學) 연대 교육이라고 하는 국가정책과 산업과의 연계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대학을 나오면 취업이 한국처럼 별 따기는 아닌 것도 같더구나.

영민아! 우선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1등이 아니면 모두 실격이나 다름 없어서 우선 네가 다니는 학교에서 1등부터 따야 하겠지? 2등도 안심을 못한다.
그러나 너희 학교에서 1등이라면 도대체 네가 사는 도시 전체에서는 몇 등일까? 아니 전체 광역시에 나가면 또 몇 등일까? 대한민국 전체에서는 도대체 몇 등일까? 상위 10% 라는 게 이게 장난이 아니다 보니 네 어깨에 이렇게 무거운 공부의 짐을 지우고도 결과는 신통할 거라고 믿어지질 않는구나. 한국의 선생님과 교육부와 정부... 그리고 할아버지와 같은 기성세대가 이런 세상에 대비를 제대로 못해주니 이 정말 부끄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로구나.

 

저작권자 © 미래세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