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한호

(전)침례신학대학교 총장

(현)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지난 달 27일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특검의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혐의 수사기간 연장 청원을 거부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수사기간이 연장되어서 나라를 어지럽힌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의 혐의사실이 명명백백 밝혀지기를 바랐으나 아쉽게도 수사가 종결되고 말았다.

특검연장을 주장하던 야권의 잠룡(潛龍)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문제인 출마자는 “끝까지 나쁜 대통령과 총리,” 안철수 의원은 “국민이 국정농단 주범인 황 대행 탄핵해야,” 이재명 성남 시장은 “황 교안은 박대통령의 종범, 황 교안 책임 묻는 탄핵 개시해야,” 남경필 경기 지사는 “특검 연장 거부는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와 같은 강경 발언과는 달리 유승민 의원은 “수사기간을 연장 했어야 한다”고 핵심을 짚었고, 손학규씨는 “총리 임명 외면한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책임론을 거론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황 권한대행이 국정농단의 주범이요 박대통령의 종범이며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를 했다는 어마어마한 혐의를 씌워서 탄핵을 주장하는 것을 보고듣는 국민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대체 황 대행이 무슨 죄를 범했기에 탄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사리를 따지자면 특검과 정치권이 그에게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이미 그에게 그것을 연장하거나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 야당은 황 대행이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고 해서 그를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몰아 탄핵을 하겠다는 말인가?

여기서 국민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의 상식과 정치적 소양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특검연장 거부가 과연 황권한대행의 탄핵사유가 되며 야3당이 주장한다고 해서 탄핵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어림없는 주장이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주장의 부당성을 알면서도 앞 다투어 강경한 주장을 내쏟는 것은 자신들의 선명성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이 무례하고 무책임한 발언은 자신의 인격과 정치적 생명줄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가 될 것이다.

촛불이 타오른 것은 일부 드러난 국정농단 사태와 거기에 대한 검찰의 초동수사가 직무유기 수준으로 우유부단했던 것을 본 국민들이 울분을 참지 못해 거리로 뛰쳐나간 것이었지 정치적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촛불에 기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사당으로 돌아가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손학규씨의 책임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촛불이 한참 타오를 때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서 총리를 지명하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이 제안을 거부했고, 그 후 대통령이 다시 여야가 합의해서 날짜를 정해주면 하야(下野) 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마저 거부하고 탄핵을 밀어붙였다. 국력을 소모하지 않고 조용히 정리하고 조사에 매진할 기회를 스스로 거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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