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민 학생

[비사이로세종일보] 박건혜 기자= 인터뷰 약속시간에 맞추어 하던 일 멈추고 세종 시내 길을 빠져 달렸다.

세종시 장군면 하산길,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 도착 했을 때, 얕은 뒷동산 언덕위로 붉은 석양의 노을빛은 우리 일행을 반겨주기라도 하는 듯,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향기를 품어주었다. 그 위에서의 붉은 햇빛, 세찬 봄바람과 공기의 온도, 눈앞에 펼쳐지는 일몰과 석양이 만들어 내는 붉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길가 옆, 아늑한 작은집 대문 앞에 서 있는 최성민(19)군은 겸손한 듯 부끄러운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뛰어 나와 우리 일행을 맞이 해준다.

“안녕하세요? 성민군”
도시재생센터 조동현주무관과 함께 인사를 나누며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는 앉은뱅이책상에 뜻 모를 영문과 다양한 책들로 공부를 하고 있었던 흔적에 비교적 깔끔한 방안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였다.

한 달 전 KBS1 '동행, 에 방영된 고향이야기 중 조손(祖孫)가정에서 자란 최성민군과 홀로계신 할머니와의 이야기로 편찮으신 할머니를 도와가며 어려운 형편을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마침내 서울 외국어대학교에 당당히 합격하였다는 소식은 화면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고향의 어른들에게도 큰 경사를 안겨준 최성민 학생에게 마을어른들은 우리 마을의 손자라며 “요즘 보기 드물게 효심이 강하고 착해요”라며 동네 어르신들은 서로 챙겨주는 이 마을주민들의 애틋함도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화면에 보여졌다.

할머니는 대학에 합격한 기쁨으로 가방 속에서 소중하게 꺼내주며“난 까막눈이지만 이게 우리손자 외국어대학교 합격통지서여유”라며 자랑할 때의 표정이 아주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생생하다.

최성민군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세차장에서 알바를 하며 학비를 버는 등, 얼마 전 큰 수술을 받아 고생하고 있는 할머니 약을 구입하여 먹을 수 있도록 수발하는 착한 성민군은 이 세상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이냐는 질문에 두 번도 생각할 필요 없이 “할머니입니다”라고 전한다. “할머니는 아궁이 같은 따스한 분입니다” 성민군의 어릴 적은 상주에서 태어났지만 6살 때 불행하게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외할머니 댁으로 이사와 살아오면서 우울증과 암으로 결국은 고1때 어머니마저 불운하게 돌아가셨다. 이에 성민군도 엄마의 죽음으로 방황하며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 충동을 느끼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을 만큼 심각한 적도 있었다. 주위의 도움 속에 전문상담사에게 심리치료를 하는 등, 독지가의 생계 도움도 받으며 점차 회복하여 다시 원상의 시간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성민군의 옆에는 언제나 손자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고 그를 지켜주는 할머니가 있다.

어렵고 힘든 처지를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의 따스한 사랑과 마을 어르신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할머니의 마지막 바람은 몸 건강히 대학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품었던 꿈을 한없이 펼치길 바랄 뿐이라고 한다. 한없이 따스한 할머니의 사랑은 그의 영양분이었고 웃을 수 있는 희망이었다.

할머니마저 쓰러지실까 속 깊은 성민군은 자나 깨나 할머니 곁을 지켰다.
TV에서 보았던 이미지보다 더 착해 보이는 상민군은 가식 없는 맑은 모습과 예의가 바르고 겸손한 언행은 우리들을 감동시킨다.

기초수급으로 살아가면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고 있는 그는 평소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며 가장 성민군 곁에서 힘들어 할 때마다 용기와 희망으로 인생의 멘토가 되어준 손석근 담임선생님을 떠올린다. “부모 있는 자식보다 네가 더 잘 살고 성공하면 네가 승리하는 것 아니냐.그렇게 힘을 가지고 살아가자”라고 하며 성민 이와 둘이 끌어안고 울었다며 격려해준 모습에 고개 숙여 감사할 뿐이라고 한다.

성민군은 공부하면서 책까지 펴 낼 정도로 대단한 열정을 가진 학생이다.
3년 전 세종시교육청의 <인문 책 쓰기 동아리>  최성민 학생이 중심이 돼서 10명의 학생이 구성된 동아리가 인문 책 쓰기 공모에 선정돼 동아리 회원 10명 중 7명이 책을 내게 되었으며 그는 집중적으로 독서와 책 쓰기를 하면서 학교선생님과 친구들, 학부모 등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 최성민학생이 출간한 도서

이렇게 해서 작년 4월 28일에 정식 출간된 책이 바로 <나의 멘토 소크라테스(서울출판사, 최성민)>이다. 이 책은 그동안 성민군이 쓴 두 권의 책을 합본해 재편집한 것으로, 소크라테스 이야기에 세상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어 냈다.

현재 성민군은 법철학 연구와 UN사회개발연구소 교수를 꿈꿔 왔지만 할머니를 보면서‘인간다운 삶’ 인류애를 다시 생각하는 한부분에 심어서 꿈을 꾸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법 만능주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법이 남용되는 사회이지만 ‘철학’이라는 브레이크를 걸어 법과 철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대에 기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며 말한다.

그는 “철학의 위기라고들 하지만 시대가 바뀌는 시점마다 철학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철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릴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언제나 오뚝이 인형처럼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강인함이 생겼다”고 하며 철학과를 선택한 주관을 말한다,

끝으로“제 삶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너무나 큰 사랑을 안겨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름답고 정있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며 계속 지켜봐달라는 인사를 전한다.

끝으로 인간은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의연한 자세로 의미 있는 태도를 취할 수 있고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글귀를 보면서 성민군의 앞날에도 승승장구 할 수 있길 바래본다.

 

고  목 
             최성민

늙어서도 죽지 않는다.
한 평생 열심히 살아와
쉴만 하여도
나무는 늙어서도
사랑만 한다.
이제 겨울이 오잖나
톱질을 한다.
잘린 몸둥아리에
시들지 않는 꽃이 핀다.
고목만이 아는
할머니 사랑이 핀다.

▲ 최성민 학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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