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한말글 사랑 한밭모임 회원, 칼럼니스트

10월 9일 어제는 훈민정음이 반포 된지 572돌 되는 날이었습니다. 세종대왕께서는 훈민정음을 1443년 창제하여 3년 동안의 실험을 거친 뒤 최만리외 여섯 명 집현전 학자들의 극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1446년에 반포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닿소리 17자와 홀소리 11자로 총 28자를 만들었는데 닿소리 ㅿ(반시옷), ㆁ(옛이응), ㆆ(여린히읗)과 홀소리 ㆍ(아래아)의 4글자를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면서 제외시켜 현재 24자만 쓰이고 있습니다.

한글의 창제 동기는 세종의 주도하에 집현전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는데 첫째, 우리말이 중국말과 다른 데도 중국글자를 쓰므로 불편한 점이 많아 우리말에 맞는 새 글자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세종대왕의 강한 민족자주정신의 나타나 있습니다. 둘째, 어리석은 백성이 쉽게 글자를 배워 문자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다고 했으니 여기에는 민본주의가 나타나 있습니다.

스마트 폰에서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한글이 소리글자이면서 낱글자이기 때문입니다. 한글의 기계화는 타자기의 자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발달되어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만든 우리 글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그 글자가 소리글자라는 게 자랑스럽고, 글자 수가 가장 적은데도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 없다는 것이 자랑스러우며, ‘언제, 누가, 어떤 방법’으로 만든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약 60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문화유산은 우리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자산입니다. 역사를 왜곡했거나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는 것입니다. 서부 영화에 나오는 인디언을 아시죠? 그들이 왜 망했을까요? 백인들에게 대항할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요? 그도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여러 부족들이 지금 우리나라처럼 네 편 내 편 갈라져서 강한 중앙집권적인 지도체제를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족의 우월성을 지탱해주는 자존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그들에게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민족문화에 대한 자존감이 있고, 그를 바탕으로 여러 부족의 인디언들이 한데 뭉쳤더라면 역사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본론으로 돌아갈게요.

어제 대전 시청 3층 대강당에서 시행한 한글날 기념행사 말입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글날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글 유공자에 대한 표창장을 해당 시민단체에 보냈던 것입니다. 별도로 불러서 주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한글날 기념행사를 한글 관련 단체나 한글 유공자의 참여 없이 관계 공무원들이나 의원들 몇 명이 모여서 축하공연 20여분 하고 끝냈다는 군요. 한글 유공자에 대한 표창장 수여식도 없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유공자들은 시장상을 받되 허태정 대전 시장으로부터 직접 받지 못하고 예서제서 단체별로 전달만 한 것이지요.

이 글을 쓰면서 고민했습니다. 제목을 "대전시의 마지 못한 한글날 기념행사'로 할지, 아니면 "대전시의 초라한 ‘한글날’ 행사"로 할지 말입니다. 담당자는 알 것입니다. 왜 이런 제목 정하는 일을 가지고 필자가 고민하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묻고싶습니다. 누구를 위한 축하공연이었는지를.

그런데 말입니다.

이날 페이스 북에는 세종시 최교진 교육감께서 올린 글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보실까요?

“572돌 한글날 기념식이 호수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 그리고 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시에서 치르는 한글날은 해마다 뜻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기념식을 할 뿐만 아니라 세종시에서 우리 한글을 어떻게 바르게 쓰고 소중히 여길 것인가 함께 생각하고 성찰하는 한글날을 보내야겠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세종 시민들이 온통 호수공원에 모여 한글날 기념식 한 소식과 사진을 올리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최교진 교육감의 모습을 접하면서 대전시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웠고, ‘한말글 사랑 한밭모임 회원’인 것에 대하여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아시죠? 민족문화를 소외시하고 네 편 내 편, 편가르기 싸움만 하다가는 인디언처럼 .멸망한다는 것을.

내년을 기다리기에 이정도만 합니다. 관심 있는 시민이나 단체들이 지켜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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