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광노 본지고문/세종인성학당장

결혼식에 하객으로 갈 일이 있어 참에 영상을 제작하기로 한 게 며칠 전이다. 거기서 필자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족히 스승님으로 모셔 마땅한 민병구 회장님을 뵙게 된다.
민 회장님은 중부권 충청지역 언론인의 아버지와 같은 대부님이시다. 1923년 생, 금면 85세에도 음성이 맑아 총기가 참 좋으시다는 것에 감사드리면서, 현재도 대전에서 칼럼과 사설을 쓰고 계신다.

뵈었더니 새카만 후배를 보자마자 역시나 현 시국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으시며, 정계를 떠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신다. 물론 언론인이 누군가 1인 대통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안 될 일이므로 어떤 후보든 그 후보에 대한 생각이 있어 이건 반기문 총장이 아닌 그 누구든 마찬가지 각각 노 언론인의 어떤 생각이 있으면 글로 쓰고 말로 하게 마련이지만, 충청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짧은 시간의 만남에서 반 전 총장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번 반기문 총장 사퇴는 아쉽다는 것이며, 진보측 후보는 많지만 지지율이 낮은 보수 쪽에서는 상당히 기대했을 건데 아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설의 균형을 맞춰 김포공항에 입국할 때 “내가 반기문이라면...” 이런 제목의 글을 썼다하시며 무어라 쓰셨느냐는 질문에 짧게 요약해주셨다.

자신이 반기문이라면 그렇게 일찍 귀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엔사무총장을 마쳤고 그 정도의 돈 여유는 있을 것이니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하여간 만나는 줄 터이니 지구촌을 한 바퀴 돌며 사무총장 재직시 감사했다고 인사부터 다닌다는 것이다.
귀국은 나중에, 지금도 빠르니까 한참 더 있다가 탄핵 등 국내 정세가 안정되면 아주 나중에 오는 게 낫단 얘기다 아무리 빨라도 지금? 지금도 빠르다는 말씀이다. 개인자격으로 세계를 돌며 대한민국과 국제문제를 비롯한 담소도 나누고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마무리를 하는 기간을 갖는 게 국내에서 직접 대통령 후보로 뛰고 어떤 준비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통령이 되는 빠른 길이라는 뜻이다.

이건 평소 필자가 제자들에게 하는 말과 같다. 급하면 낭패라는 게 필자의 트레이드마크다. 빨리 먹으면 체하고 급할수록 천천히 가야지 운전도 그렇다. 성공 실패를 둘로 가른다면 서두는 사람은 넘어지고 침착하고 느린 사람이 완주하고 이간다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교훈이다.
막 뛰지 말고 서둘지 말고 자판을 쳐도 탓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고, 특히 말을 빨리하면 “뭐라고?” 하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겨?” 하고 되물어서 말도 빠르면 방송도 안 되고 대화도 인터뷰역시도 빠르면 절단이라고 가르쳐 온 게 세종인성학당이다.

청년출세는 독이라는 말도 한다. 아이가 일찍 잘되는 경우 그게 내공이 없으면 허사라 그래서 박미소 어린이는 내공과 침착을 길러주기 위해 국내 일간지 최초로 청소년칼럼을 쓰도록 지도도 하고 있는데 역시나 천천히 가고 안전하게 가라는 뜻이다.

민병구 회장님 역시 같은 말을 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늦는다고 서둘다 넘어진 격인데 이는 누가 넘어뜨린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가 넘어진 격이다. 왤까? 서둘다가.. 자꾸 빨리 빨리를 외치는 주변사람들이 넘어질 수밖에 없는 과속을 유도한 것이다. 한마디로 조급증 과속페달 밟기로 말미암아 차가 전복한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결혼 축하 차 오신 같은 1923년 생 세계평화협력재단 이사장님도 만나 인터뷰를 받아냈다. 박미소 어린이는 이분이 어떤 분인지 몰라 말씀 드렸다. 반 전 총장은 이미 자퇴하신 분이니 사전선거운동이나 언론의 정치 간여와는 이제 상관이 없으므로 필자가 아는 대로 말하면, 그 이사장님은 반 총장 고향에서 중 고등학교시절 은사님이시자 나에게도 스승님이 되는 분이시다. 이사장님 역시나 급했다는 말씀이다. 주변에서 그러란다고 그런 것도 민 회장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비사이로세종일보가 창간 5회를 발행하고 있다. 노 스승님들의 말씀을 제자가 듣고 배우고, 또 제자가 손자급 제자를 가르치고 또 가르치는 것을 이어 내려가면 넘어지지 않고, 세상도 좋아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서둘면 넘어지고 자빠지고 다치고 심하면 죽고...
이는 비사이로세종일보 직원들에게 자주하는 말이다. 천천히 가자. 단 기왕에 신문을 낼 거면 특종 단독 집중취재... 뭔가 꼭 알아야 하고 꼭 필요한 것을 찾아 일일이 취재를 제대로 해서 독자들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혼신을 다하라는 말을 하며, 문득 필자도 이제 언론의 스승인가 싶은 생각을 한다. 신문이 무슨 종잇장이나 배달을 하자는 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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