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칼럼니스트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빗소리는 음악이 된다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은/ 외로운 가슴에 눈물이여라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 내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멈춰버린 사랑의 역에/ 고동치듯 들어오는 사랑
내 나이에 무슨 사랑 / 생각지도 못한 인연
꿈속에서 가끔 보았던/ 그 사람이 여기 있구나
사랑하기 좋은 날이야/ 춤이라도 추고 싶구나
이제 내가 무얼 바랄까/ 죽더라도 원이 없겠네
                                           -최진희노래-


 갱년기 여성들에게도 사랑이 있을 수 있을까?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사라진지 오래인 그들에게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날 수 있을까?

 포크가수 추가열이 작사 작곡하고 뮤지션 조성준이 편곡한 이 노래.  “사랑하기 좋은 날”. 집시스타일의 편곡에 '최진희'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져 1등 노래강사 최우선의 선창에 따라 합창할 때는 어깨가 들썩이고 손바닥은 공중을 부양하면서 마주치지 않을 수 없었다. 어깨의 선율과 응덩이의 들썩거림은 참으로 ‘흥’ 그 자체였다. 어찌 갱년기를 지나도 한참이나 된 이들에게 사랑의 포근함과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꿈같은 이야기이고 이제는 현실에서는 문을 닫아버린 남의 이야기 였다.

 그러나 여기! 대전 서구 갈마1동 온누리 신협(이사장 최준규)의 노래교실에서는 명품 노래강사 최우선이 사랑을 심어주고 있었다. 살포시 번지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 마주대하며 행복과 즐거움을 전달하는 노래를. 이길순 회장이 선장으로의 역할을 다 하고 최갑선과 오성숙이 갑판장 역할을 하며 오순도순 항해하고 있었다.

여자 회원 70여 명에 남자 회원은 둘. 청강생인 필자를 포함하면 셋. 이들 모두의 얼굴에는 즐거운 태양이 물려 있었고 마주하는 눈가엔 행복으로 가득 했다.
낙엽은 외로운 가슴에 눈물이지는 데, 최우선은 이런 이들의 멈춰버린 사랑의 역에 두근두근 가슴이 뛰게 만들었다. 어디 그뿐이랴 내 나이에 무슨 사랑이냐고 서글픈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죽더라도 원이 없을 정도로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하소연 하고 있을 때 그들의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게 했던 것이다.

 그 갈망하던 사랑이, 이제는 도저히 잡을 수 없던 사랑이 나에게로 다가와 현실로 나타날 때 왜 이제 왔느냐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을 게다.

 궁금했다. 정말로 갱년기를 훌쩍 넘긴 이 여성들이, 이제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맺음 해버린 이들이, 정말 그토록 사랑을 하고 싶었을까? 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사랑, 그것은 성숙한 중년의 여인으로 변신해버린 여성으로서의 아쉬움이요 출가한 자녀들의 버팀목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어머니로서의 하소연이었을 것이다. 어디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마음까지야 늙게 만들었으랴?

 나이 들어가는 걸 인정하기 싫은, 그래서 엄마도 아니요 아내도 아닌 이들 ‘마누라’와 ‘어머니’들. 그리고 건망증과 외로움에 괴로워하는 순진한 아줌마들. 그래서 이들은 갱년기 고민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곳에 모였던 것이다.

 한번 와보라 여기, 온누리 신협, 우울증이 어디 있고 허리 아픔이 어디 있으랴. 90분 내내 웃음천국이요, 헬스장이며, 엔돌핀이 팍팍 솟는 최우선 노래교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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