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기 이종근 시인봄이 다가올 무렵,꼭 한 번은 거쳐야 할사랑앓이처럼재채기하고콧물이 흐르고가슴이 쿵쾅거리네매번 알면서도아무리 하여도 고칠 수 없는 버릇,첫사랑인 줄 알면서도꽃샘바람이 불던 날,봄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더할 나위 없이 나는 겨울을 앓네
각을 세우고 이현경 시인 심드렁한 날들쭉날쭉 뾰족하니 모든 것이 삐딱해 보인다여유가 없어 그냥 넘기지 못하는 옹졸한 마음이각을 세우고 뿔처럼 오소소 돋친다꼬일 대로 배배 꼬여 말마다 부정스럽게 나가니종일 되는 일이 없다햇살에 반짝이는 화살나무 가시가 금방이라도 나를 향해 날아올 듯 내 눈을 잡아당긴다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한 발 뒤로 물러서서 생각하니 모든 것이 편해진다인생사 다 마음먹기 달린 것긍정적으로 바라보니삐딱하던 것들이 바르게 보인다
사랑한다는 게 채홍정/시인사랑이란 게시작은 있고끝도 없는 숫눈길★인 줄 알았네세상에서가장 쉬운 건사랑하는 것인 줄로 알았네가진 게 없어도언제나 마음만 있으면마냥 기쁨인 줄로 여겼네바다보다 넓어주고 주어도 받고 받아도목마른 건 여전할 줄로 느꼈네마음에 가득 쌓아놓고가슴에 소복이 모아놓고지니면 그저 그만인 걸로 생각했는데.... ,쌓고 모아놓고 달아날까 어쩌나꼭꼭 가두었더니차츰 시들어 가더이다때론 바람도 씌고가끔씩 물도 주고때때로 자유로이 놓아주며마음 비우고더러 영혼도 놓아주며죽을 만큼 아픔을수도 없이 거듭한 뒤에야바보같이 그제야 깨달
적상산 단풍 덕천 염재균/수필가염재균 수필가그림인가 풍경인가적상산 물들었다 계곡마다 오색빛깔무지개 내려앉아다람쥐도 싱글벙글 붉게 물든 내 마음숨 가쁘게 오르면 꼬불꼬불 꼬부랑길하늘 한번 단풍한번 발걸음 옮길 때면낙엽들이 우수수 동굴 속 머루와인호기심 눈길 가득 발 담그면 피로회복온몸이 사르르 단풍 떠난 정상에는쓸쓸한 나목들 낙엽들의 외침인가소리 없는 아우성 가을이 가고 있다흘러가는 저 구름처럼
추색 단풍 채홍정/시인꽃보다 곱디고워 모두를 사로잡아 가던 길 우뚝 멈춰 사방은 울긋불긋하늘 위 파란 쪽빛에 엄청나게 눈부셔곱게도 덧칠하는 맵시에 반해 버린 길손들 감탄사에 펴지는 탄성 절로 갈바람 실컷 붙안고너나없이 즐거워
밤하늘 별처럼 서재용/시인 초승달 기운 시월 밤하늘총총히 박힌 별들저마다 빛을 뽐내지만저 별들은 다툼이 없네 이산 저산 들에 핀형형색색 꽃들의 향연화려하게 피고 져도서로에게 시샘이 없네 우리 사는 새상도밤하늘 별과 같아향기뿜뿜 들꽃처럼오손도손 살아갈 순 없을까?
초여름 길목에서 서재용/시인 긴 하루모락모락 피는 저녁연기산 허리 끌어 안으면 개골개골 개구리합창소리 어둠이 찾아든다 황혼 더욱 짙어와 뒷고을 검둥이짖으대고 아랫마을 백구도 따라 짖는다 고갯마루 얹힌 구글홀연히 바람따라 떠나고 소리없이 찾아와덧 없이 떠나는 봄 날 그리움 몽글몽글가슴불 꺼지지 않는데 버드나무 잎새 바람에서러운 눈물방울달빛속에 젖어있다 시리디 시린 푸르름소리없이 흘러가고 산딸기 익어가는 들녘엔여름이 오고 있다
가을 향기 서재용/시인저 하늘 뭉게구름내 마음 두둥실 창공에 띄우고파아란 쪽빛 하늘빨대를 꽂아 쪼옥 마시고 싶어 누가 저토록눈부신 하늘에예쁜 물감을 뿌린 걸까? 아, 가을이여!황금물결 넘실넘실가을 들녘 하늘하늘고추 장자리 날으니 알알이 익어가는 과실빠알간 능금 빛 너의 향기 가을냄새가 좋아 가을이 오면누구나 시인이 되고낭만이 취한 Romantist
푸짐한 가을 맞아 채홍정/시인 그리 무덥던 여름 가고 낭만과 사색의 계절 그리움이 감도는 가을이다올 가을엔 맑은 영혼 인연 하나곁에 두고 즐겨 보련다가지런한 옷매에애수 짙은 눈동자에노을빛 그리움이파도로 밀려드는 바렘을가는 세월 거슬러 가고 싶은 자그마한 저항일까산들산들 갈바람에파란 하늘이 담긴 호수에예쁘게 단장하는 산과 들에같은 마음 오색단풍에 물들 수는 없을까켜켜이 쌓인 인생길검게 그을린 상처와 흔적이 세월 앞에 잘 숙성되어그대 눈물과 한숨까지도담아낼 여백이 넉넉토록 함께한 하얀 설렘들 빨갛게 익은 뭉클함이가슴을 살짝 얄궂게 할낭
영 웅 시인/ 이 은 숙이은숙 시인머뭇거리는 동공떨리는 심장죽음 앞에서 연약한 한 사람으로 서 있다사형장 어둠 속 빛으로 오신 주님께 부르짖는다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 믿음‘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야,구태여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이 죽어라.’어머니의 비장한 당부하늘로 가는 마지막 길에 손수 지어 주신 무명옷 조국의 주권 회복 동양의 평화를 외치며형장으로 결연히 걸어가는 義士의사그가 안 중 근 도마다 누가 죄인인가누가 영웅인가(義士의사 안 중 근 토마스)
가 을 덕천 염재균/시인무더위 지쳤는지꿈속에 머물다가바람결 깨어보니 어느새 가을 물결밀어들의 속삭임참새들 웃음만발 무더위 밀어내려차가운 밤공기가온몸을 감싸면서 찾아온 가을에는하나님의 은혜가알알이 박혀있네 바쁘니 청춘이라쉴 새 없는 허수아비과로한지 자리 보존 세상은 카멜레온울긋불긋 타오르고메뚜기도 헐레벌떡 휘영청 보름달도귀뚜라미 선창따라 가을을 노래하네.
꽃 중년 일자리 덕천 염재균/수필가염재균 수필가퇴직 후 다시 한 번눈빛이 초롱초롱배움의 숲속으로 떠날 적 생생한데덧없이 흐른 세월모든 게 생소하고 긴장이 밀려오며한순간 멈칫해도그래도 해봐야지 마음은 이팔청춘하는 일 서툴러서몸 따로 마음 따로 정신을 차려보니예전일 떠오르며몸부터 움직이네 눈동자 부지런히화면을 응시하니파수꾼 따로 없네 무슨 일 일어날까신경이 곤두서며가슴이 두근두근 가을이 다가오니바람도 소슬바람긴장을 다잡으며 오늘도 이곳저곳살며시 왔다갔다하루가 가는 구나 주어진 운명인가일하는 즐거움에미소가 방울방울 얼굴빛 밝아지는꽃 중년
인 생 김원준 시인돌아다보니 산을 넘었더라앞을 보니 길이 있더라걸어온 길 어찌 걸었더냐부딪히고 넘어져도어찌어찌 넘었나 보다분명 앞길에도 산이 있을진대이제는 담담하더라순간 지나고 시간 지나면길이 보이기 때문이겠지걸어 봤기에걸어와 봤기에조금은 담담해지더라
가지고 갈 것 하나도 없는데 채홍정/시인 슬픔도 한때이고웃음도 잠깐인 걸얼굴을 찌푸린들하는 일 잘 되던가?인생사 마음 한 번만고쳐먹고 사세나오늘을 기꺼하고내일은 아울어져좋아서 즐기다가웃다가 가자구려욕심내 보았자 갈 땐너나없이 털터리
놓아라 비워라 채홍정/시인 놓아라 미련 없이 곱답게 나래 펴고희망의 싹을 틔울 햇살에 잘 성숙케어이해뚝 불거진 삶너나없이 안달병비워라 까마귀 떼¹ 바람에 실어 멀리훌훌 턴 너털웃음 사뿐한 봄맞이에눈물로사랑 얘기는맘 한 뜻이 저절로그래도 잠시뿐인 우리 삶 섧다 마세무수히 쏟아지는 그리움 부여안고왔다가가는 터득을머문 동안 다 함께 1. 까마귀 떼 : 여기선 몹시 더러운 것을 이름.
남쪽으로 안부를 묻는다 이종근 시인함부로 손대지 못할 위엄을 지닌 여름,네 혈관에 치명적으로 흐르는 붉은 피뜨겁게 달궈진 태양의 경계 너머에 서서 친밀을 쫓는 외톨이인 채로위로가 내민 손을 잡지도 못하고애달픈 정마저 나누어 가질 수도 없는늘 현기증뿐인 나, 또 다른 나의 소극적인 속내에시의 근원을 훔쳐 읽고시의 유배처럼 눈을 옮기며 기약했던 그해,7월의 한바탕 무더위어질어질한 여름을 낚아채는 가소로운 장마철이면,시답잖은 폭풍우에 가시 찔린 듯 남쪽으로남쪽, 막연함으로 숨 가쁘게 남쪽 섬을 마주 향해주섬주섬 안부 전한다, 잘 있느냐고
현충일에 붙여 채홍정/시인 묵념의 나팔소리조국은 말합니다뜨거운 혈육 피로기꺼이 지켰노라겨레 얼 선열에 영령유월의 꽃님이여!오늘은 님 기리며더 깊이 새깁니다거룩한 조국수호고귀한 위국헌신겨레에 피어 있는 꽃영구불멸 님이여!
되돌아온 원점 채홍정/시인봄바람 살랑대곤꽃수레 달려온다설렘의 쟁기질에마음은 가벼워도멀면서 가까우니 왜이다지도 목말라오늘도 늘 그 몰골굼떠서¹ 꼴답잖아보는 이 빈축 사도내 갈길 불러 모아살며시 반기는 햇살부여안고 가리라1. 굼뜨다 : 동작이 매우 느리다.
황혼 피날레¹ 채홍정/시인세상사 별거던가 이제껏 흐뭇함 밴감동을 알뜰 사려 정갈함 묻은 손길너 나도 황혼 배낭에사랑 가득 담세나떨어진 꽃잎처럼 축 쳐진 외톨 어깨세월 앞 장사 없다 덧없다 한만 말고그리움사무친 만큼내로라며 노니세당당히 고동치던 옛 맥박 되살리어가슴이 벅차도록 참사랑 샘물 솟게뜨겁게황혼 피날레후회 없는 만끽을1. 피날레(Finale) : 행사의 마지막을 비유적으로 이름.
이삿짐 챙기다가 2 채홍정/시인 까마득 잊던 고품 한 때는 참 좋았지망각 속 희룽해롱¹ 천더기 몰락 신세이만큼지녀온 나날그나마도² 반가워버리려니 알쫑대고³ 챙기려니 이 모양 꼴어쩌나 엉거주춤 몰렴(沒廉)의 빌미 휘각⁴(揮却)야멸친성질머리에간질거린 뒤통수(뒷모습) 1. 희룽해롱 : 버릇없이 몹시 자꾸 까불다.2. 그나마도 : 그것마저도, 그것이라도.3. 알쫑대다 : 그럴듯한 말로 자꾸 알찐거리다.4. 휘각(揮却) : 물리치고 돌아보지 아니함.